조성제(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요즘 무당의 숫자에 관한 관심들이 많다. 10만 명은 될 것이다. 아니다 30만 명은 넘을 것이다. 심지어 80만 명이라는 설까지도 있다.
예전에 비해 무당 숫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갑자기 무당 숫자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 위기 시 더 많은 무당이 배출된다. 가까운 예로 IMF 국가 위기 때 무당 숫자가 급속히 늘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많이 늘었다.
이러한 이유는 이 시기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 유흥업소다. 그 업소에 종사하던 종업원들이 생계가 막막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연으로 무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는 탐욕스러운 무당도 기여한 바가 크다.
무당은 어느 국가에서 정식으로 통계를 낸 적이 없다. 기독교 · 개신교 · 불교, 그리고 기타 종교는 자체적으로 통계를 가지고 목사나 신부 승려가 몇 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무당은 아니다. 무속 단체가 존재하지만 조직 장악력이 약하고 무당 역시 무속 단체를 가벼이 여겨 단체 가입을 꺼린다. 수십 년 이어온 무속 단체가 무당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최대 무당 단체라고 할 수 있는 대한경신연합회는 회원 수, 즉 가입된 무당이 정확하게 몇 명이라고 밝히지 않는다. 회원 명부 역시 정리가 깔끔하지 못하여 통계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14만 명이니 30만 명이니 하는 것은 이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경신연합회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한국일보 특집 무속 대해부(2024년 10월 연재)에서 네이버에 점술업(신점·사주·타로)으로 등록된 곳이 1만 5,853개라 하였다. 서울에서 점집이 많은 곳을 조사했더니, 논현역 인근 지역에 285개가 몰려있어 가장 많았다. 이어 은평구 역촌역 부근 214개, 동묘-신당역 주변 193개, 미아사거리역 인근 182개, 홍대입구역 인근 148개 순이었다.
광역시도 기준으로는 경기도가 3,526개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2,870), 부산(1,321), 대구(1,019) 순이었다. 지역별 인구를 감안하면, 광주·대구·울산·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 점집이 많았다. 시군구 단위로는 수원특례시가 459개로 가장 많았다.
이 통계는 무당뿐 아니라 역술·타로·관상·풍수 등 모든 점술인을 망라한 통계다. 국가에서 처음으로 무업 종사자를 조사한 때가 조선시대다. 그 당시 무당들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했던 조선에서 더욱 완벽한 무세(巫稅)를 걷기 위한 조치로 무당의 숫자를 조사했다.
영조 20년 (1744)에 발간된『속대전續大典』호전 잡세에 규정한 무녀는 1명당 목면(木棉) 1필이었다. 50필이 구리 1동이었고 1필의 대납전은 2량 5전(1량은 25전)이었다.
또 19세기 순조(1801~1834) 때 국가 재정을 기록한『만기요람萬機要覽』을 보면 함길도 무당을 제외한 전국 무당들에게서 거둬들인 무세가 대략 총 1,326필이라고 한다.
1930년도 조사에 함길도 무당이 약 700명 되니 대략 환산하면 무세를 납부한 무당이 약 2,000명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 특히 함길도 지방의 무당들의 무세는 지방 관찰사가 직접 징수하여 북방을 경계하는 국방비로 사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1930년 일제강점기에 총독부의 무라야마 지쥰(村山智順)이 조사한 조선에서 무업에 종사한 사람의 총 수는 1930년 8월 거의 12,380명이란 조사가 있다.

이 표를 분석하면 1930년 당시 조선의 인구 10만 명당 무당의 숫자는 64명이다.
이 조사를 마지막으로 무업 종사자를 조사한 사례가 없다. 지금 말하는 30만, 또는 80만 명이라는 것은 어떤 근거로 이야기하는지 통계의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30만 명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인구 중 167명 당 무당이 한 명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무당 숫자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현재 무당이 많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역술 사업 전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특집팀의 조사에 의하면 운세를 테마로 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분석업체 '혁신의숲'(innoforest.co.kr)에 따르면, 운세앱 '점신'의 월간 고유 방문자(MUV)는 2022년 3월 52만 4,000명에서 2024년 8월에는 112만 9,00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운세앱 '포스텔러' 방문자 역시 28만 8,000명에서 52만 1,0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젊은 층의 수요가 착시현상을 일으켜 무당 숫자가 많아져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점술에 종사하는 무당의 숫자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무당에 대한 무관심과 제도권 밖에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속으로 인한 피해 역시 늘고 있다. 무분별한 내림굿으로 인한 자격 미달 무당의 증가, 스스로 사제라는 의식은 사라지고, 탐욕스러운 장사꾼이 되어 버린 무당들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