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고 한걸음에 덤벼든 동해 바람
치장하다 잠든 산골에
비명과 아우성으로 아수라장 되어
설핏설핏 새벽 맞아 두 눈 번히 뜨고
삼라의 봄이 난도질당합니다.
이름 없는 태풍의 위력이
은빛 물줄기 거품도 역류하듯
초록 펼치는 능선도 휘청대며
일구어가는 봄의 자리가 안쓰럽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따사로운 햇살은
바람길 밝혀주듯
봄의 환상을 송두리째 내던지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기대
바람 잘 찰나를 기다립니다.
동해 바람 떠안은 산자락에서
김 제 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