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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방아깨비의 추억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08-10 21:20:36
  • 수정 2025-08-10 21: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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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란 것이 커다란 축복이었음을 철이 들어서 더욱 실감하고 있다.


학교생활보다 방학 기간에 자연속에서 익힌 풍부한 추억이 만년(晩年)의 생활을 여간 윤택하게 하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빛과 반딧불 무리의 은은한 빛 그리고 온갖 곤충과 조류들의 모습은 동물원에서 보는 것과는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방학 숙제는 빠짐없이 '곤충채집'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채집 통을 사다가 곤충을 핀으로 찔러서 고정 시킨다. 며칠이 지나면 죽은 곤충의 냄새가 매캐했다.


곤충가운데 장수잠자리와 방아깨비는 잘 생긴 곤충이다. 특히 방아깨비는 다리를 잡고 있으면 디딜방아를 찢듯이 움직인다. 고향 예천의 방언으로 '항굴레'라고 불렀다.


회색 항굴레는 상주(喪主)항굴레라 했다. 상복색이기 때문이다. 암컷은 잘  생겼으며 몸집이 큰데 비하여 수컷은 '떼떼메뚜기'라 불렀다. 암컷보다 작으면서 볼품이 없다.


대체로 아기를 업고 다닌다고 생각하는데 교미(交尾)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방아깨비가 워낙 커서 천적에게 잡아먹히기 쉽기 때문에 교미 중에 위험이 닥치면 그 상태로 날아가 버린다. 수컷은 가벼워 10m정도 날아간다.


떼떼메뚜기는 호강을 하는 셈이다. 아기처럼 업혀 있는 것이 아니라 교미를 하고 있는데 천적인 새와 개구리, 거미가 나타나면 날아가 버린다.


곤충채집 숙제는 잘 했다. 철이 들어서 파브르의 곤충기도 읽다. 손자가 곤충에 관심이 많아서 채집을 하고 있으나 죽이지는 않고 며칠간 관찰하다가 살려주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곤충에게 먹이를 주면서 관찰기를 쓰게 하는데 초등학생 때는 채집만 하였으니 지금은 그러한 방학 숙제는 없어졌을 것이다.


동물은 수컷이 덩치가 크고 볼품도 좋다. 사자도 그러하고 황소도 그렇다. 곤충도 대체로 그렇다. 인간은 여성이 아름답다. 이는 대(代)을 이어 나가는 인간에 대한 조화주(?)의 숨은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매미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 너무 더워서 그런지 마당에서 해마다 극성스럽게 우는데 말이다.


수컷이 암컷을 만나려고 새벽부터 울어 대는 것이다. 암컷이 허락하지 않으면 7년이나 땅속에서 유충으로 보냈는데 억울하게 대를 잇지도 못하고 죽어 버리는 것이다.


매미는 날개가 아름답다. 곤룡포를 입고 익선관(翼善冠)을 썼는데 매미에서 따온 말이다.


곤충 가운데 방아깨비와 매미 그리고 장수잠자리를 좋아 하는데 대체로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생기기도 잘 생겼다.


고향 예천에는 '곤충 생태원'이 유명하다. 손주를 데리고 갈려는 계획이 차일피일 늦어지는데 날짜를 잡아야 하겠다.


땅 위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사랑해야 한다. 산목숨을 죽이지 않는 것에만 눈이 뜨여도 세상은 정으로 넘쳐날 것이다. 생명의 외경심(畏敬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방아깨비는 고향의 디딜방아를 생각나게 한다. 다리가 아프다고 누나와 자리를 바꾸자는 핑계를 대도 누나는 응하여 주었다.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디딜방아! 그 시절의 아름답던 추억이 지금도 행복에 젖게 한다.


이경국(칼럼니스트. 사단법인 박약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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