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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의 무속이야기 ㉓ 칠월 칠석날의 의미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08-17 00: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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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날은 음양의 기운이 같고,

북두칠성이 하강하는 날


칠월 칠석(7월 7일)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일 년에 한번 재회하는 날로 직녀성의 날, 여성의 날이다. 양수인 7이 겹치는 날이므로 예부터 길일로 여겨졌다. 양수가 겹치는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9월 9일 역시 길일이다. 고려 공민왕 때는 노국공주가 견우와 직녀성에 제사를 지냈으며, 조선시대에는 칠석 연회를 베풀고 과거시험을 보기도 하였다. 

   

칠석의 풍속으로는 ‘걸교(乞巧)’가 있어 부녀자들이 오색실을 견우와 직녀에게 바쳐 바느질과 길쌈이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칠석날 밤에 바늘 한 쌈을 가지고 실을 꿰면서 그중에 단번에 바늘귀로 들어간 실과 바늘을 잘 간수하였다가 과거시험을 볼 때 옷에 몰래 꽂아주면 합격한다고 믿었다. 

   

칠석에 비가 내리면 ‘약물’이라고 해 계곡이나 약수터를 찾아 건강을 기원하며 몸을 씻었다. 또 잦은 비에 잠깐이라도 해가 나면 눅눅해진 옷과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했다. 

   

칠석날은 칠성당을 비롯한 선바위 등에 백설기를 받치고 자손들의 명과 복을 기원하였다. 자손의 명복을 기원할 때 상에 쌀을 놓고 그 둘레에 명을 비는 촛불을 켠 후 명다리를 내어 한 사람씩 명과 복을 기원하였다. 

   

샘고사를 많이 지냈는데, 우물을 모두 퍼낸 후 금줄을 두르고 멍석으로 덮은 다음 풍물을 친 후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바치고 기원한다. 또 ‘용알 먹이기’라는 용왕제를 바닷가와 우물 또는 강가에 제물을 진설한 뒤 가내 태평과 소원성취를 기원하였다. 

   

또 칠석날 밤에 신장대를 만들어 논에 꽂고 시루떡을 바치기도 하였다. 이런 유습들은 칠성신이 칠석날 하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에는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는 ‘나반’이 ‘아만’을 만나기 위하여 하늘의 강, 즉 은하수를 건너는 날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하늘의 은하수는 천해(天海)라고 하였으며, 이것이 지금의 북해(北海)라고 하였다. 또한 천도(天道), 즉 하늘의 도는 북극에서 일어난다. 고로 천일(天一)의 물이 나온다. 이를 북극수라하며 북극은 수정자(水精子)가 기거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이 기록을 보면 천일의 물, 즉 천일 생수와 수정자, 북극수 등 물과 관련된 말이 많이 나온다. 이것은 물이 바로 생명의 근본으로 생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여성의 자궁은 새 생명을 잉태하는 곳으로 모두 물로 이루어져 있다.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인 생기탐랑성을 조상들은 북극이라고 하였다. 흔히 이야기하는 북극성과 혼동하여 헷갈리는 별이다. 이 별에서 은하수 등 하늘의 물, 즉 천수를 생산하는 별이다. 

   

북두칠성의 머리인 국자 모양의 공간인 북극선기(北極璇璣)를 '자연(紫淵) ·요지(瑤池) ·요수(瑤水)'라고 하였다. 자연(紫淵)은 자미두의 심연, 즉 밑도 끝도 없는 무한대의 공간을 의미한다. 요지(瑤池)는 북두칠성의 못이라는 뜻이고, 요수(瑤水)는 거기에 담긴 북극수를 의미한다. 

   

여기서 하늘의 강인 은하수를 탄생시키고, 천일 생수를 생산하는 곳으로 북두칠성의 북극선기(北極璇璣)는 우물 井이 되는 것이다. 


칠석제는 여성들이 제관이 되어 지낸다. 칠석날은 여성의 날로 여겨 제물도 남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오이, 가지, 호박, 당근 등을 바쳐 생산과 풍요를 기원한다. 


칠석날은 하늘에서 음양의 교접이 일어나는 날이다. 칠석날 하늘에서 음양의 교접이 이루어짐으로써 땅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도 열매를 맺고 맛이 든다. 즉, 칠석날이 지나야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들 즉, 벼가 이삭을 맺고, 모든 과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을 낼 수 있다.  


칠석날은 양의 기운이 센 단오 날과 달리 양과 음의 기운이 일 년 중 같은 시기라고 한다. 임금의 용상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는 임금의 위상을 나타내는 그림도 되지만, 바로 칠석날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형상을 나타낸 그림이다.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는 것은 양과 음의 기운이 똑같다는 의미이며, 그 아래 그려진 오악은 조선의 팔도강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이 그림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음양의 기운이 똑같듯 불편부당함이 없이 공평하게 나라를 다스리라는 교훈이 담긴 그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견우, 직녀 전설은 중국의 우왕(BC2311) 때 생겨난 신화로 누구나 알고 있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고 아름다운 가는 하늘의 별자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직녀를 의미하는 직녀성인 ‘녀수(女宿)’ 위에 ‘패과(敗瓜)’라는 깨진 바가지란 뜻이 담긴 별이 있다. 직녀는 견우를 만나려고 그 깨진 바가지로 은하수 물을 퍼내려고 하였으나 깨진 바가지로는 그 많은 은하수 물을 다 퍼낼 수 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직녀는 ‘점대(漸臺)’라는 정자 모양의 별자리에 올라 견우를 그리워하면서 사랑의 정표를 자기가 짜고 있던 베틀 북을 견우에게 던졌는데 그것이 ‘포과(匏瓜)’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견우 또한 직녀가 그리워 논밭을 갈 때 끌던 소의 코뚜레를 던졌다. 그 별이 ‘필수(畢宿)’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다시 직녀가 견우에게 자기의 아름다운 머리를 빗든 빗을 던졌다. 그 별이 바로 ‘기수(箕宿)’라는 별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러한 전설에 걸맞게 칠석날은 바로 연인들의 날이기도 하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연인들이 다시 만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장사꾼의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진 Valentine Day나 White Day 그리고 Black Day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칠석날을 <연인들의 날>로 제정하여 우리의 전통음식인 떡을 먹는 날로 정하자고, 2000년도부터 주장해 왔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칠석날이 가진 음양의 조화와 견우직녀의 만남을 기리는 뜻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우리 민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축제, 더 나아가 전 인류가 한자리에 모여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였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 칠석날이다.   


조성제(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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