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제권.일찍이 이렇게 우둔하고 물컹한 처서가 있었을까?
부릅뜬 자태로 햇살 끌어들여
뜨거움 이글거리는 가을 문턱에 서성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기다림 매달고 발 구르던 일몰에도
행적을 감춘 밤공기는 열대야를 늘어트려 놓고
갈증 못 견뎌 끈적하게 뒤척입니다
꿈쩍도 없는 타오른 여름에 시작 가을 처서는
말라 타들어 기진맥진하며
먼발치 백로를 바라보며 헛구역질만 합니다
청화백자 하늘에 흐르는 구름 조각은
서툰 솜씨 같지만 자리 옮길 때마다
덧없이 무슨 생각이 있으려니 믿어 봅니다
분명 가을은 저 산모퉁이에서
기싸움에 슬금슬금 고개 들면
미지근함에도 쫑긋해지며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볼품없는 처서에
김 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