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경국(칼럼니스트.박약회 운영위원)흔히 새나 곤충의 소리를 운다고 하거나 노래한다고 한다. 딴에는 다양한 의사 표현을 하고 있는데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미는 수컷만 목이 터져라 운다고 한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복부 근처에 있는 진동 막을 진동시켜서 내는 소리이다.
수컷만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간절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한여름 매미의 울음소리이다. 마당에 대추나무와 감나무가 한 그루씩 있는데 해마다 매미소리가 요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올해는 매미가 있다는 사실은 여실한데 우는소리를 들을 수 없다. 허물을 벗은 모습은 볼 수가 있는데 아예 울지를 않는다.
강남에 몇 번 갔었는데 매미가 애타게 울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제비는 먼 남쪽으로 가서 삼짇날이 되어도 오지 않는 세상이다.
매미마저 강남으로 이주해 버렸는지 여간 서운하지 않다.
땅속에서 굼벵이로 7년을 살아야 매미로 변신하게 되는 곤충이다. 짝을 만나 교미하는 기회는 순전히 암컷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절규하듯 울어 댈 수밖에 없는 수컷 매미의 운명이 애처롭다. 총각으로 죽게 되는 매미가 많다.
암컷은 소리를 듣고 유전자가 강한 수컷을 골라서 사랑의 유희를 즐긴다. 본성은 인간이 본능으로 미인을 순간에 알아차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암컷 매미는 잘 생긴 곤충이다. 그러나 수컷은 왜소하다. 땅속 인고의 세월을 참고 견디어 내었는데 짝과 사랑하여 대(代)를 이어가지 못하고 죽게 되는 매미를 해마다 많이 본다.
실컷 울다가 지치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날개가 잘 생겨서 익선관(翼善冠)이라 하는데 어찌 총각으로 외롭게 살다가 가는지 해마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40년이 넘은 세월이다.
화단에다 묻어 준다. 천도재는 지내지 않지만 다음 생에는 암컷으로 태어나서 힘없는 수컷 매미라도 적선하는 심정으로 받아 주라는 염(念)을 전해 본다.
매미의 일생은 고달프다고 본다. 참매미는 소싯적 방학 숙제인 곤충채집에 단골 곤충이다. 방아깨비도 빠질 수 없다.
거미가 곤충이 아니란 사실은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꽁무니로 집을 집는 능력은 대단하다. <거미집 이론>이 있다. 이는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의 시간 차이를 일컫는다.
파충류인 뱀도 허물을 벗으며, 매미도 허물을 벗는 곤충이다. 인간은 벗기는커녕 허물을 덮어쓰고 살아간다. 특히 꼴 보기 싫은 정치인이 국민의 가슴에 멍에를 남기는 세상이다.
요즘은 눈을 감고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우리 집 매미가 올해 울지를 않고 버티고 있는 것도 필경 이유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