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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칼럼] 자유를 위한 네팔인들의 국민저항권 혁명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09-15 00:08:22
  • 수정 2025-09-15 00: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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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전 KBS PD·청와대 공보행정관)네팔은 히말라야의 고봉들로 둘러싸인 나라지만, 그 산맥만큼이나 험난한 정치사의 굴곡을 지니고 있다. 네팔 현대사는 곧 국민 저항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압적 권력에 맞서 자유와 권리를 되찾고자 했던 네팔인들의 투쟁은 지금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왕정에서 민주주의로

네팔은 오랫동안 군주제 국가였다. 20세기 중반까지 라나 왕조의 전제 정치 아래 국민의 정치적 권리는 거의 박탈당했으며, 교육과 언론마저 철저히 통제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 국민 봉기와 인도의 지원을 바탕으로 라나 체제가 붕괴하면서 입헌군주제와 다당제 민주주의의 씨앗이 뿌려졌다. 이는 네팔인들이 국민저항권을 행사해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낸 첫 사례였다.


반복된 좌절과 새로운 저항

민주주의는 곧바로 꽃피우지 못했다. 1960년 국왕 마헨드라가 의회를 해산하고 ‘판차야트 제도(Panchayat System)’라는 일당 독재를 수립하면서 국민의 자유는 다시 억눌렸다. 하지만 네팔인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1990년대 대규모 민주화 운동, 이른바 ‘제1 인민운동(Jana Andolan I)’을 통해 왕권을 제약하고 입헌군주제 기반의 민주주의 체제를 되찾아냈다. 이는 국민저항권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권력 변화를 가능케 하는 힘임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군주제 종식과 공화국의 탄생

2000년대 초반에도 네팔은 절대군주의 회귀 시도와 내전으로 고통받았다. 특히 마오이스트 무장투쟁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그러나 결국 2006년 ‘제2 인민운동(Jana Andolan II)’에서 시민들은 다시 일어섰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의 저항은 국왕의 권력을 무너뜨리고, 2008년 네팔은 마침내 연방 민주 공화국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는 네팔 역사상 국민저항권이 가장 강력하게 발현된 순간이자, 왕정 종식이라는 근본적 변화를 이끈 계기였다.


국민저항권의 의미와 과제

네팔인들의 역사는 국민저항권이 단순히 법학 교과서 속 조항이 아니라, 억압된 사회에서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실질적 권리임을 보여준다. 권력이 민주주의를 배반할 때, 국민은 저항을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다시 묻는다. 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존엄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다.


그러나 저항의 성과가 곧 민주주의의 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네팔은 여전히 정치적 불안정, 사회경제적 불평등, 소수민족 권리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민저항권은 억압에 대한 ‘최후의 보루’일 뿐, 민주주의의 일상적 운영은 제도적 성숙과 시민의식에 달려 있다.


네팔인들이 세계인에 주는 메시지

네팔인들이 보여준 국민저항권의 실천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유와 권리는 결코 ‘시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투쟁과 참여 속에서 지켜지는 것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네팔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묻는다. “권력이 자유를 억압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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