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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 민속 이야기 (3)물고기도 추석을 쇤다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10-03 1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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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준(반창꼬뉴스 발행인)

음력 8월 15일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햅쌀로 송편을 빚어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한 뒤,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며 즐기는 날이다. 추석은 ‘한가위’·‘중추절’·‘가배’라고도 불린다. 모두 가을의 한가운데, 곡식이 무르익는 시기를 뜻한다.


추석은 예로부터 풍요와 공동체의 기쁨을 상징했다. 그래서 속담에도 추석이 자주 등장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덕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이다. 풍성하고 넉넉했던 추석날의 분위기를 한 해 내내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농사의 성패는 날씨와 직결되었다. “설은 질어야 좋고 추석은 맑아야 좋다”는 속담은 설 무렵 눈이 자주 내려야 보리농사가 잘되고, 추석 무렵 맑은 날이 많아야 곡식이 알차게 여문다고 여겼다. 그리고 “추석에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 “추석날 달이 보이지 않으면 개구리와 토끼가 새끼를 배지 못한다”, “추석날 구름이 너무 많거나 너무 없으면 보리농사가 흉년”이라는 점도 쳤다.


충청도 보은 지방에는 “보은 아가씨 추석비에 운다”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추석에 비가 오면 흉년이 들어 혼례를 미루게 되고, 그 때문에 아가씨가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다. 대추 산지로 유명한 보은의 풍속이 반영된 속담이다.


음식과 관련된 표현도 많다. “물고기도 추석을 쇤다”, “추석에는 개도 송편을 세 개나 먹었다”는 말은 그만큼 추석의 음식이 풍족했음을 보여준다. “푼주의 송편이 주발 뚜껑 송편 맛보다 못하다”는 속담은 아무리 좋은 그릇에 담아도 정성과 마음이 없으면 볼품없음을 비유했다.  “작년 추석에 먹었던 오례송편이 나온다”는 속담은 남의 언행에 속이 뒤집힐 만큼 기분이 상할 때 쓰였다.


추석은 농부들의 쉼의 시간이기도 했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속담이 그 증거다. 모내기철인 5월에는 땀 흘리며 고생하지만, 8월이 되면 농사가 한결 가벼워져 신선처럼 지낸다는 의미다.

또한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 “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라는 말은 추석 음식을 통해 가정과 삶의 바람직한 모습을 빗댄 속담이다.


서양의 명절이 즐김의 축제라면, 우리 민족의 명절은 먼저 조상께 감사의 제를 올리고 가족이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속담 속 추석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풍요와 감사, 공동체의 지혜가 깃든 우리 민속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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