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권(시인)햇살은 바람을 따라나서고
들녘은 황금 물 들이고 길섶과 능선도
색칠을 시작하니 성글어 가는 가을 정취에
정겨움이 요동칩니다
터덜터덜 흐르는 넓은 계곡 물 위에
안개 구름 산 허리 감아 돌고
골짜기 바람에 몸을 떠 넘겨
덧없이 흘러갑니다
바람 냄새 상큼함이 옷 깃에 머물다
코끝을 자극하고 울창한 숲 속에선
풀벌레소리 사심 없이 감성을 일깨웁니다
산자락 바람소리 쪼르르 내려와
몇 토막 피어오르는 장작불 위에 앉아
정적을 타닥입니다
울진 왕피천에서
김 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