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시인)영업 뛰는 부장같이 능글거린다고
다 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떼어내어도 따라오는 그림자 독자를 가지려면
시 너무 편히 쓰지 마라
시라는 어른 속에 어린애가 들어 있고
아이 속에 어른 들어가 있어야 한다
인생 몇 번 환생한 한 가닥 하던 철학자의
빙의를 보는 것 같아야 시다
시의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한 행 한 연이 독자의 가슴으로 가서
한잔 걸친 해병대 청년의 기타 연주처럼
더러 힘이 넘치고 뜨거워야 한다
칼 위를 뛰며 추는 무녀의 아슬한 춤이고
공중 줄 위에서 타는 곡예사의 자전거 공연 관람이며
가장 슬프고 처절한 비극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이다
매일 뛰면서 마을 사정을 다 파악한 시골 이장처럼
발로 뛰며 세상 파악을 해야 좋은 시가 굴러 나와
좋은 시는 연극 무대의 클라이막스이고
머릿속 생각의 대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