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구(한국자영업정책연구소 소장)
40년 동안 국내외에 농산물만 유통하고 있는 지인이 “내가 수입하는 물건이 태평양 바다를 건너 부산으로 오는데 나는 오늘도 손해를 보고 있고, 얼마나 손해를 볼 것인지는 계산이 안된다”라고 한숨을 쉰다.
오랫동안 비제도권 금융(일명 사채)과 제도권 금융을 결합해 건설업이나 에너지, 바이오 등 신규사업 투자 컨설팅을 해온 PM사 회장님과 저녁식사를 하는 가운데 “돈이 씨가 말라 돌지 않고, 1,900원 줘도 달러를 못 구한다.”라고 작금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자고 일어나면 환율이 오르고 있고, 이 흐름이 언제 어느 수준에서 그칠지가 예측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한숨들이다.
원-달러 환율이란 쉽게 말하면 ‘미국 돈 1달러짜리 종이 한 장 값이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몇 원)로 사고 팔리는가’이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1달러짜리 종이 값이 오른다는 것이고, 그 종이를 사기 위해 우리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란 다른 상품과 서비스와는 달리 발행량 자체를 철저히 국가가 관리한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하고 한국은 한국은행이 한다.
문제는 미국 달러가 전 세계 거래의 중심이 되는 돈(기축통화라 함)이 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도 미국정부의 정책과 달러를 관리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연준)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엔-달러 환율이 큰 변동이 없는 안정세에 있는데 반해 원-달러 환율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하루전날 1350.18원이었던 것이 11월 25일 1475.50원까지 9% 상승했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시절인 2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환율이 폭등해서 모든 국민들의 재산 7%가 날아갔는데 아무 일 없었던가.”라는 것보다 큰 폭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4개월동인 ‘국민재산 9%가 날아간’ 환율 폭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고관세 정책’과 ‘대미 투자 강요’ 때문이다. 환율은 관세 인상분 만큼 달러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의 무역수지 흑자국은 그에 상응하는 대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대표적 대미 흑자국은 중국과 일본, 한국이다, 중국은 아예 미국 시장에서의 퇴출을 강제하는 대신에 일본과 한국에는 각각 5,500억 달러, 3,500억 달러를 투자하라고 한다. 미국에 대한 투자 강요는 달러 수요를 증가시켜 환율 인상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현금살포(민생회복 지원금)를 포함한 확대 재정정책과 부동산 거래 억제를 위한 수도권 토지거래 허가제, 대통령 선거 공약인 ‘코스피 5000’을 위한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등이다.
현금살포를 포함한 확대 재정정책은 원화 통화량을 늘려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환율을 상승시킬 요인으로 작용한다. 참고로 원화 통화량은 윤석열 정부 약 34.8개월 동안 월평균 17조 원 증가한데 비해 이재명 정부 4개월 동안 매달 39조 원씩 통화량이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을 반면교사 삼아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거래 억제를 위한 수도권 토지거래 허가제를 도입했다. 그 대신에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인 ‘코스피 5000’달성을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국내 원화 유동 자금을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유도하려는 정책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환율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지 않으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은 정책 의도와는 달리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의 달러 수요를 증가시켜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환율 폭등의 원인으로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 유지를 지적하지 않을 없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지 오래되어 그동안 꾸준히 환율이 상승했으나, 한국은행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급속한 달러 수요 증가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방치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태평양 한 가운에 나비 한 마리가 태풍을 일으킨다.’는 말이 있듯이 트럼프라는 정치인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일으키는 ‘경제적 폭풍’을 맞아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는 정권을 가진 이재명 정부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