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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개] 조선 천재 형제의 엇갈린 운명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08-12 22:30:24
  • 수정 2025-08-12 22: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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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자의 표상 퇴계 이황과 관료의 전형 온계 이해

저자 이동식/ 출판 주류성 / 출간 2025년 08월 05일 .


저자 이동식은 KBS기자 시절 아메리카 대륙을 국산 자동차로 넉 달 동안 달리며 21세기 문명의 길을 탐색했고, 실크로드 5천 킬로미터를 국내 언론사 최초로 답사하며 동양의 역사를 종횡으로 조명했다. 백남준을 비롯한 윤이상, 이우환 등 예술인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탈북자 문제를 처음 취재·보도했다.
방송문화의 영역을 넓힌 공로로 2017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권이 넘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저자 이동식.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퇴계 이황의 철학은 경(敬) 철학이라고 한다. 경(敬)은 공경함(恭), 엄숙함(肅), 또는 삼가다(勤愼) 등의 뜻으로 풀이된다. 하늘로부터 본래 부여 받은 순수한 마음을 경 공부를 통해 회복하여 내면 속에서 자신에게 비춰진 천명인 성품을 확인하고 세계 속에서 궁극적 존재와 일치하려고 한다. 경(敬)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그러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으로서 스스로를 수양하고 제자들의 맑은 덕성을 함양해서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맑게 이끌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퇴계는 이 경(敬)을 평생 동안 지키고 추구해 나갔다.


다만 형인 온계는 이 사회가 올바른 도를 추구하는 왕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수양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서서 의를 보고 의를 행하며 의를 함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에 그는 왕이간 신하건 잘못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감히 시정을 요구했고 백성들을 위한 목민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두 형제가 살던 시대는 권신들에 의한 정치의 혼란이 극심했고 세상의 바른 도는 무시되고 있었다. 이런 세태 때문에 동생 퇴계는 형에게 여러 차례 벼슬을 떠나기를 권했고 스스로도 고향에 내려가서 서당을 열고 경(敬)을 지켜 나가면서 바른 생각을 제자들과 세상에 전했다.  


퇴계는 그렇게 해서 길고 높은 이름을 남길 수 있었지만 형은 자신의 이상인 의(義)를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험난한 세상의 파도에 휩쓸려 자신의 뜻을 다 세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온계와 같이 옳음을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용기가 없다면 우리 사회의 불의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우리들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죽령의 차가운 비바람 속에서 필자는 경의 철학으로서 진정한 도학자, 유학자의 길을 제시한 퇴계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길은 다르지만 의(義)의 추구를 통해 다른 선비의 길을 보여준 퇴계의 형 온계를 다시 생각하며 그 길의 중요성을 되새겨본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 스스로의 학문을 완성한 후에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한 가르침이지만 세상의 불의와 싸우고 의를 세우는 자세도 모두 우리의 삶을 이끌고 받쳐주는 중요한 덕목이자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길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 이 책의 추천사는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이 썼다. 추천사 전문은 아래와 같다.


  • 퇴계 이황(退溪 李滉)은 마르지 않는 맑은 냇물이다. 그는 세상과 우주의 근본이 이(理)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벌써 터득했다. 우리들 내면 깊은 곳에 바탕하고 있는 욕심 없는 맑은 마음, 밖으로는 올바름을 잃지 않는 당당한 언행이 사람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일생 동안 이를 위해 정진하고 실행했다. 그의 생각은 맑은 시냇물이 되고, 강을 이루고, 마침내 큰 바다가 되었다.

    모든 나무는 홀로 벌판에서 나서 자랄 수 없다. 모든 냇물은 샘물도 없이 갑자기 흐르지 않는다. 퇴계라는 나무의 발아는 안동 땅 도산(陶山)이라는 곳이었고, 냇물의 발원은 고향 동네에서 솟아나는 따뜻한 물이었다. 슬프게도 태어나자마자 부친(이식)을 여의었기에 삼촌(송재 이우)이 어린 그를 가르쳤다. 형(온계 이해)이 버팀목이 되어 그를 학문의 길로 이끌어 주었다. 형은 동네 앞을 흐르는 따뜻한 시냇물처럼 동생을 감싸고 격려하며 세상에 나가게 했다.

    형은 호를 온계(溫溪)라 했다. 사람들은 두 형제를 금곤옥제(金昆玉弟: 금쪽같은 형, 옥쪽같은 동생)라 불렀다. 앞서 나가는 형은 동생의 학문과 처세에 길을 열어주었다. 조선 중종(中宗) 시대에 두 형제는 세상에 빛을 드러냈고, 실제로 밝은 빛이 났다. 그러나 세상은 그 형제를 감싸주지 못했다. 너무 거칠고 혼탁했다. 그래도 형은 세상을 바로 세워보려고 했고, 동생은 사람 마음을 올바로 잡으려고 했다. 급기야 세상을 바로 세워보려 했던 형이 진애(塵埃)의 풍파 속에 험한 바람을 맞고 그만 중도에 쓰러졌다. 동생은 이런 참혹한 일을 당하고는 더욱 학문과 수양과 교육에 전념했다. 인간이 바로 되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 형의 이름은 세상의 기억에서 멀어졌지만, 동생은 학문과 덕행과 몸가짐으로 우리 역사에서 지성(知性)을 밝히는 큰 별이 되었다.

    온계라는 형은 동생의 힘든 삶의 길을 비춰준 등불이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 잠자고 있는 도승지(都承旨), 대사헌(大司憲), 대사간(大司諫) 등을 거쳐 간 그의 발자취는 우리가 퇴계의 형 온계를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두 형제가 주고받은 시들은 형제가 얼마나 서로 의지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는지 형제애를 진하게 느끼게 해준다. 퇴계가 형에게 보낸 편지들에서 많은 시간 동안 형이 동생에게 큰 버팀목이 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형이 걸어간 길은 어쩌면 동생에게서 잘 드러나지 않은 선비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방송 기자요 언론인이었던 저자가 역사 속에 가려진 퇴계의 형 온계(溫溪) 이해(李瀣)와 동생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숨은 역사를 찾아 그 실상(實相)을 처음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노작(勞作)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자는 일찍이 KBS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국산 자동차로 넉 달 동안 달리며 21세기 문명의 길을 탐색했고, 방송 사상 처음으로 실크로드 5천 킬로미터를 답사하며 동양 역사를 종횡으로 조명했다. 백남준을 비롯한 윤이상, 이우환 등 예술인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탈북자 문제를 처음 취재, 보도해 우리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지는 등 방송의 영역을 넓힌 공로로 은관문화훈장(銀冠文化勳章)을 받기도 했다. 젊은 날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했던 솜씨로 20권이 넘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 그때의 문제의식과 열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역사의 창고 속에 잠자는 실록과 한문(漢文) 자료들을 열어 온계라는 인물을 다시 살려내고, 거기서 퇴계의 위대함을 새로 보게 해준다.

    우리 속담에 ‘그 형에 그 동생’이라는 말이 있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라는 말도 있다. 두 말이 다 맞는 말임을 저자는 이번 작업으로 증언한다. 동생 퇴계 이황이 가지 않은 길,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간 온계 이해라는 형, 두 형제의 서로 다른 길은 세상 도덕이 혼탁하고 정신적 좌표가 사라진 오늘날 우리 사회와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바가 실로 크다고 하겠다.

    필자가 책임자로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얼마 전 온계 이해의 유고집인 <온계일고(溫溪逸稿)>를 우리말로 번역, 출간한 것이 저자의 이번 작업에 기여한 것도 기쁘게 생각한다. 탐구는 고독하고 힘든 길이다. 마침내 우리 역사 속의 이 두 형제의 삶을 통해 정신사(精神史)의 새 지평을 열어 보여준 저자의 식지 않는 열정에 큰 박수를 함께 보낸다. 감히 추천의 말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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