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봄의 끝자락에 시작 여름이 예사롭지 않더니
올 듯 말 듯 두 얼굴 장마는
구름 노니던 하늘에 인정머리 없이 작열하는 태양만
매달아 놓은 꽁무니엔 불구경이나 즐기랍니다
자연도 세상사도 다르고
누구도 이 변화를 막을 수 없고 돌려놓을 수 없기에
환절기라는 경계심도 얼버무리고 기다림만 만들어준
현실 앞에 스스로도 황당해합니다
자연과 세상의 변화에 단단히 각오하고 가을 앞까지
의연한 의식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불가근불가원을 되뇌며
먹먹하게 서 있습니다
변화에 적응도 하기 전에 성급히 변하는 자연과 세상의 이치에
따질 겨를도 없이 그저 아버지 하나님 부처님 염불하듯
내면에 무장하고 인내와의 싸움이 가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치스럽고 욕망 가득한 봄이 영원할 것처럼 입 피우고 꽃 터트리고
솜털 씨앗 매달며 시선 끌어모았어도 빗줄기 없는 장마나
기약 없는 뙤약볕의 이글거리는 타오름에 투덜거림도
내리쬐는 태양 아래 공간이 주는 현실입니다
자연도 오랜 세월 세상도 외면되어
예측 예보의 빗나감에 징검다리 사이로 이치와 순리란 물이 도도한데
마음의 보폭과 코앞만 생각할 뿐입니다
작은 것도 마음에 들여놓고 어색함 적게 적응하고
작열하는 태양이 서둘러 본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구릿빛 얼굴로 달궈 또 다른 계절의 분명함을 믿기로 합니다
김 제 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