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해안을 한 바퀴 돌다가
나는 문득
바다가 생각보다 좁다고 느꼈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수평선은
차로 해안 길을 따라 굽이 돌아보니
출발했던 내 발끝으로 금새 돌아왔다.
해야 할 일들, 하고픈 소망,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드넓은 세상인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니
내가 발 디딘 자리는 손바닥 만큼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넓다고 믿은 것은
단지 바라본 거리였고
좁다는 건
실제로 내가 걸은 길이었다.
바다도 세상도 마음도
경계는 내 안에 있었고
그 경계 너머로 나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원필(시인.스트라드악기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