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포스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기리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와 직결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보훈정책은 그 근본 정신을 저버리고 있다.
호국·민주화 단체는 하나같이 공법단체로 지정되어 국가 지원을 받는다. 반면 정작 대한민국의 뿌리인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단체, 순국선열유족회는 아직도 법 밖에 서 있다. 이는 보훈정책의 심각한 불공정이자, 국가의 수치다.
법률은 이미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정신 계승’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열의 후손 단체만을 고의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왜곡한 결정이며, 사실상 역사 정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4·19와 5·18 유족 단체는 모두 공법단체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15만 순국선열 후손들의 단체가 홀로 배제된 현실은 차별을 넘어선 모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배제의 배경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국과 민주화 세력은 철저히 보장받으면서도 독립운동 계열은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 이는 보훈정책이 정의와 형평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과 세력의 이해에 따라 움직여 왔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민낯이다.
순국선열을 외면하는 국가는 그 뿌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국가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독립운동에서 비롯되었다. 그럼에도 순국선열 후손들을 주변으로 밀어내는 것은 역사의 주춧돌을 스스로 허무는 자해적 행위와 다름없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순국선열유족회를 즉각 공법단체로 지정해야 한다. 이 문제를 외면하는 한, 대한민국의 보훈정책은 결코 정의롭다고 말할 수 없다.
독립운동의 정신을 홀대하는 국가는 국민 앞에, 그리고 역사 앞에 부끄러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