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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골에서의 추석 밤 심주원 기자 2025-10-12 22:18:14

김제권(시인)깊은 산중 가을비 차갑게 내리는 밤

칠흑을 단숨에 삼킨 빗줄기는 얼버무리듯 하더니 

성깔 있게 으르렁거리듯 퍼부어댑니다 


밤 낯가림 없이 산천초목을 적시고도 부족한지

가슴을 후벼 파고 

젖은 가을 내음도 씻기듯 흘러내립니다


숨소리 주무르는 어둠만 깊어지고

들리는 비 울음소리 속 타는 가을 흐느낌이

끊임없이 귓가에 맴돕니다


덜렁덜렁 지나던 바람도 자취를 감추고

무한 세월에 도리질하는 한 자락 연민이

빗줄기 흠뻑 머금어 온몸을 녹아내립니다


영월 법흥사 아래에서

김  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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